축구천재 모예스 "더 풋볼 지니어스"
잔뜩 상기된 표정의 무리들이 한 사내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의 시선을 감당하기 힘든듯 뒤척이던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 지금 유나이티드는.. 새로운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이대로는 앞으로를 장담할 수 없을겁니다. "
"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이 선수진이면 충분할텐데? "
고향 선배 퍼거슨의 청을 듣고 유나이티드를 맡게된 모예스는 도무지 말이 안통하는 경영진 때문에 미쳐버릴것 같은 심정이였다.
EPL 최다 우승에 빛나는 명문팀을 맡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그가 도착했을때 유나이티드의 상태는 그야말로 폐차 일보 직전의 자동차였다.
나이든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면 삐걱거리는 무릎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삭히기 일수였고, 그들을 대신해야할 젊은 선수들은 너무 나태했다.
" 괜찮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새로운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정말로. "
" 웃기지도 않는군. 퍼거슨 감독은 네 놈과 똑같은 선수진으로 우승을 했어, 우승을 말이야! 요구할걸 요구해야지.. 나가보게, 내일 경기가 있잖나. "
하지만 퍼거슨 시대의 영광에 취한 경영진에게 이상적인 사고는 기대할 수 없었다. 전력강화를 요청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충분하다는 자만 뿐이였다.
그러나 영광의 시대는 끝났다. 한때 베컴과 전 유럽을 평정한 긱스의 왼발은 계단조차 오르기 힘들어하며, 서른 다섯을 넘긴 퍼디난드는 수십 미터만 뛰어도
가뿐 숨을 몰아 쉬기 일수였고, "철벽" 비디치의 힘은 더 이상 리그의 젊은 공격수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 이대로 가면 유나이티드는 끝난다 '
' 내가 바로 잡아야 한다 '
모예스는 마음을 굳혔다.
경영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커뮤니티 실드 경기를 끝내고, 아직 선수들의 땀과 열기가 가득찬 라커룸으로 들어서자 옷을 갈아입던 선수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2:0 으로 승리한 경기였지만 모예스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였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라이언 긱스가 먼저 다가가 물었다.
" 무슨 일이시죠 감독님? "
"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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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부탁할게 있는데 ... 유나이티드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들어줄 수 있겠나? "
선수들을 한명 한명 살펴보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 유나이티드를 위해.. 경기를 질 수도 있겠나? ... "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프로 선수들에게 일부러 경기를 지라고 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였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의 말을 듣고있는 선수들은 평범한 선수들이 아니였다.
20년간 EPL 을 지배한, 지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세계 일류의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이였다.
"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립니까? 경기를 지라니? 에버튼 감독으로 오래 있었더니 아직도 본인이 에버튼 감독인줄 아나봅니다? "
" 복권이라도 사셨쇼? 참 어이가 없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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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뜻이 아닐세. 지금 유나이티드는 전력강화와 세대 교체를 해야할 시기야. 하지만 근시안적인 경영진은 충분하다고 자만하고 있다.
이대로 두면 유나이티드는 몰락하고 말걸세. 우리가.. 경영진들이 정신을 차리게 해야해. "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격렬한 선수들의 항의만이 이어졌다. 젊은 선수들은 아예 욕을 하기 시작했고 루니는 라커룸을 뛰쳐나갈 기세였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맨체스터의 전성기를 이끈 나이든 일부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봤다. 피부엔 윤기 대신 주름이 가득했고, 생기있던 머리는 희끗거리기 시작했으며 무릎엔 근육 만큼 수술자국이 가득했다.
" 우리는 감독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
라이언 긱스,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마이클 캐릭... 맨체스터의 영광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모예스의 의지와 목적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뚝 선 그들의 모습을 본 모예스는 짧은 웃음을 지었다.
" 모든건 내가 짊어지고 간다. "
그는 선수들을 부둥켜 안았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맹세했다. 그들로 인해 새로운 맨체스터의 영광이 도래할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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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년 후
경질당한지 석달후에 모예스는 맨체스터에 들렀다.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소리쳤다.
" 축구천재 모예스 어딜 가시나? 낄낄 "
" 진정한 기록제조기야! 맨체스터가 7위라니! "
" 퍼거슨 선생님 후배래서 괜찮을줄 알았더니... 에잉 쯧 "
귓잔등으로 들려오는 말들을 떨쳐내며 모예스는 감독 시절 자주 들르던 허름한 펍으로 향했다.
그를 본 주인이 묻지도 않고 건넨 필스너 한잔을 받아든 모예스는 앞의 노인이 보던 조간신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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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 이브닝 : 루크 쇼, 로호, 에레라, 블린트, 디 마리아 에 이어 팔카오 영입! 맨유, 3000억에 달하는 이적행진. 모예스의 부진을 잊기위한 배팅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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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본 모예스는 1년 만에 처음으로 진실된 웃음을 보였다.
앞의 노인도 신문을 슬쩍 내리고는 그를 보며 웃어보였다.
모예스의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머리속으로 한 마디만을 되뇌였다.
GLORY.. GLORY.. GLORY MAN UNITED